괴담

마지막 버스는 빈 차로 돌아왔다

심야 고속버스 운전석에 남은 냄새와 젖은 발자국. 손님은 내렸는데, 좌석 하나만 끝까지 식지 않았다.

기록

터미널 12번 승강장에 마지막 고속버스가 멈췄을 때, 앞문 계단에는 젖은 발자국이 하나 더 찍혀 있었다.

비가 온 뒤라 이상할 건 없었다.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탔고, 좌석 밑에는 물이 떨어졌고, 유리창 안쪽에는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그래도 기사님은 그 발자국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발자국들은 전부 밖으로 향해 있었는데, 그 하나만 버스 안쪽을 보고 있었다.

그날도 터미널은 거의 닫혀 있었다. 매표소 불은 꺼졌고, 대합실 텔레비전만 소리 없이 켜져 있었다.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앞문을 열어 둔 채 좌석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손잡이에 걸린 비닐봉지 하나, 바닥에 굴러다니던 생수병 하나, 맨 뒷자리 밑에 떨어진 이어폰 한쪽. 그런 것들을 주워 앞쪽에 모아 두는 일이 마지막 확인이었다.

쌈무이 공포라디오에 올라온 고속버스 기사님 실화에서도 제보 전화의 목소리는 그 확인 시간부터 꺼냈다. 늦은 밤, 승객은 다 내렸고 차 안은 비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기사님은 통로를 지나며 이상하게 한 자리를 계속 보게 된다. 누가 앉아 있는 건 아닌데, 그 자리만 아직 사람 체온이 빠지지 않은 것처럼 눅눅하고 따뜻했다.

처음에는 히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버스가 산길을 지나올 때 창문에 김이 많이 서렸고, 뒷자리 쪽은 유독 공기가 늦게 빠지는 일이 있었다. 기사님은 좌석등을 끄고, 커튼을 정리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는 순간 백미러에 맨 뒷자리가 보였다.

커튼이 조금 열려 있었다.

방금 분명히 손으로 접어 넣은 커튼이었다. 기사님은 다시 뒤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손전등으로 좌석 밑을 비추고, 선반 위까지 확인했다. 그런데 창문 안쪽에 손바닥 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밖에서 묻은 자국이 아니었다. 안쪽에서 누가 젖은 손으로 유리를 짚고, 밖을 내다본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차 안의 조용함이 달라졌다. 엔진이 꺼진 버스는 원래 금방 식는다. 그런데 그날은 뒷문 근처에서 아주 낮은 숨소리 같은 것이 났다. 사람의 숨이라기보다는,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 잠깐 멈추는 소리. 기사님은 통로 가운데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멎었다가, 기사님이 한 걸음 움직이면 다시 아주 작게 이어졌다.

앞문 밖으로는 터미널 불빛이 보였다. 내려가면 바로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이상하게 발을 떼지 못했다. 버스 안에 누가 남아 있으면 안 됐다. 그게 산 사람이어도 안 되고, 아닌 사람이어도 안 됐다. 운행이 끝난 차 안에 남은 건 다음 운행 전까지 기사님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맨 뒷자리까지 갔다. 좌석은 비어 있었다. 대신 시트 위에 물기가 번져 있었다. 누가 젖은 옷으로 오래 앉아 있다가 방금 일어난 자리처럼, 네모난 얼룩이 어둡게 남아 있었다. 기사님이 손전등을 비추자 그 물기는 천천히 통로 쪽으로 흘렀다. 버스가 기울어진 것도 아닌데, 물방울들이 앞문을 향해 한 줄로 움직였다.

기사님은 그 줄을 따라 내려갔다. 통로 바닥에는 젖은 발자국이 생기고 있었다. 맨 뒷자리에서 시작한 발자국은 가운데 좌석을 지나, 요금함 옆을 지나, 운전석 바로 뒤에서 멈췄다. 발자국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기사님이 고개를 드는 순간, 백미러에 뒷좌석이 다시 비쳤다.

방금까지 비어 있던 맨 뒷자리 창가에 물기가 새로 번져 있었다.

그 뒤로 기사님은 마지막 차를 몰고 돌아오면 불을 바로 끄지 않았다고 한다. 앞문을 열어 놓고, 운전석에 앉은 채로 한동안 기다렸다. 누가 내릴 시간을 주는 것처럼.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때에만 차 안으로 들어갔다.

가끔은 그래도 냄새가 남았다. 비에 젖은 승강장 냄새도, 오래 데운 히터 냄새도 아니었다. 깊은 물가에서 막 건져 올린 옷 냄새. 그런 날이면 앞문 계단에 젖은 발자국 하나가 더 찍혀 있었다. 언제나 버스 안쪽을 향해서.

처음 들린 곳

쌈무이 공포라디오의 괴담하다 모음 1에 실린 고속버스 기사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