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대전 아파트의 귀신소리

전화로 들려온 대전의 한 아파트 사연.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소리가 나고, 문 앞의 사람은 끝내 손잡이를 잡지 못한다.

기록

밤이 깊어지면 대전의 한 아파트 복도 끝에서 먼저 소리가 났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전화벨처럼 정확히 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딱딱, 하고 끊겼다가 잠깐 쉬고, 다시 한 번. 엘리베이터 앞 센서등이 켜지기 전에 누군가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복도 쪽 공기가 먼저 멈췄다.

쌈무이 공포라디오의 시청자 전화 공포썰에 올라온 대전 아파트의 귀신소리는 방송이 시작되면 먼저 이 집의 복도를 꺼낸다. 전화기 너머 사람은 처음부터 귀신 얘기를 하지 않는다.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배관, 엘리베이터, 윗집 소리로 하나씩 돌려 보지만, 결국 현관문 앞이 남는다.

처음에는 그냥 소음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에서는 밤에도 어딘가가 늘 울리니까. 윗집에서 물을 내리면 천장이 낮게 웅웅거리고, 배관이 식으면 벽 안쪽에서 금속이 툭 하고 식는다. 엘리베이터가 늦은 밤 다른 층을 지나갈 때도 복도는 잠깐 몸을 떠는 것처럼 울린다. 그래서 첫날에는 넘긴다. 둘째 날에도 넘긴다. 문제는 사흘째부터다. 시간도 비슷하고, 방향도 같다.

집 안의 사람은 현관문 앞에 서서 귀만 기울인다. 밖으로 나가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고, 안에 있으면 그 소리가 문틈으로 들어올 것 같다. 손은 손잡이까지 갔다가 멈춘다. 이 정도 소리면 다른 집도 들었을 텐데, 복도에는 아무 말이 없다. 인터폰 화면을 켜면 복도 한쪽이 흐리게 뜬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저 멀리 센서등이 한 칸 켜지고, 잠깐 뒤 다음 칸이 켜진다. 누가 걸어오는 속도와 비슷하다.

다음 날에는 낮에 확인한다. 현관문 밖 바닥을 보고, 엘리베이터 앞을 보고, 계단 쪽도 본다. 낡은 설비가 있거나, 바람이 드나드는 틈이 있으면 차라리 낫다. 그런데 복도는 낮이 되면 너무 평범하다. 밤에 그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설명해 줄 물건이 하나도 없다. 불 꺼진 뒤의 복도와 낮의 복도가 같은 장소라는 게 오히려 믿기지 않는다.

관리실에 물어도 뚜렷한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지나갔다면 CCTV에 한 번쯤 걸렸을 텐데, 화면에는 불빛만 찍힌다. 소리가 날 때마다 복도 끝 센서등이 켜지고, 조금 뒤 그 앞쪽 불이 켜진다. 화면 안에서는 아무도 걷지 않는데 불빛만 문 쪽으로 가까워진다.

그날 밤 소리는 현관문 바로 앞에서 멈춘다. 더 두드리지도 않고, 더 멀어지지도 않는다. 안에서는 숨을 참고, 밖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참 뒤 조용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문 아래 틈으로 아주 약한 바람이 들어온다.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는 발자국이 없다. 다만 문틈 바로 앞 먼지만 길게 눌려 있다. 누가 서 있었다면 발끝이 닿았을 자리, 문을 열어 주길 기다린 사람처럼.

처음 들린 곳

쌈무이 공포라디오의 시청자 전화 공포썰에서 들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