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지막 칸에는 불이 꺼져 있다
막차의 마지막 칸만 불이 꺼져 있다. 사람들은 그 칸을 지나쳐 앞칸으로 옮겨 탄다.
막차는 늘 비슷한 얼굴을 싣고 지나간다.
졸린 사람, 이어폰을 낀 사람, 술 냄새가 조금 나는 사람. 나는 그날도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가까운 칸에 탔다.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맨 뒤 칸만 불이 꺼져 있었다. 전철은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칸은 환했는데 마지막 칸만 유리 너머로 어둡게 남아 있었다.
처음엔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뒤쪽으로 걷던 승객들은 그 칸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아무 말 없이 앞칸으로 돌아왔다. 누군가 역무원에게 신고해야 하지 않느냐고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터널에 들어가자 유리창이 검게 변했다. 그때 마지막 칸 안이 조금 보였다. 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손잡이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차창에 비친 모습은 달랐다. 유리 안쪽으로, 서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객실 쪽을 등지고, 맨 뒤 문을 보고 있었다.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리지 못했다. 문이 열렸는데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칸의 어둠이 문틈으로 조금씩 새어 나와 바닥에 얇게 깔리는 것처럼 보였다. 앞칸의 사람들은 다들 못 본 척 고개를 숙였다. 전철이 다시 출발하자, 뒤쪽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차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역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스피커에서 아주 낮은 숨소리 같은 것이 섞였다. 나는 다음 역에서 겨우 내렸다. 플랫폼에 서서 지나가는 전철을 보는데, 마지막 칸의 불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안쪽에서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뒤로 막차를 탈 때면 맨 뒤 칸을 먼저 본다. 불이 켜져 있으면 안심한다. 불이 꺼져 있으면 한 대를 보낸다. 그런데 가끔, 떠나는 전철의 마지막 창문에 내 얼굴이 먼저 비친다.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미 그 칸 안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