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마스크를 쓴 여자가 묻는다

예쁘냐는 질문에는 안전한 대답이 없다. 대답이 늦어도, 대답이 빨라도 길은 좁아진다.

기록

비가 오면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오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길 한가운데 선 여자의 마스크와 그 안쪽에서 새는 목소리만 유난히 또렷했다.

우산 끝이 부딪히고, 횡단보도 신호음이 젖은 길 위로 번진다. 그 사이로 흰 마스크를 쓴 여자가 멈춰 선다. 처음에는 감기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긴 코트도, 젖은 머리도, 손에 든 작은 가방도 너무 평범해서 한 걸음 비켜 지나가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여자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입 모양만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여자가 먼저 길을 막는다.

나, 예뻐?

목소리는 작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붙잡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대답하기 싫다. 못 들은 척 지나가려 하면 여자가 한 발 따라온다. 다시 묻는다. 같은 높이, 같은 속도, 같은 말투다. 구치사케온나로 알려진 이 도시전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마스크를 쓴 여자가 길 위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은 뒤에야 얼굴을 보여 준다.

예쁘다고 말하면 여자는 조금 웃는다. 그러고는 마스크 끈을 천천히 벗긴다. 입꼬리가 멈춰야 할 곳에서 멈추지 않고, 귀밑까지 길게 갈라진 얼굴이 나온다. 피가 흐른다는 말보다 먼저 보이는 건 그 웃는 모양이다. 입이 너무 커서, 웃음인지 상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질문이 다시 온다.

지금도 예뻐?

처음 질문은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질문은 아니다. 아니라고 하면 끝난다. 그렇다고 말해도 끝나지 않는다. 애매하게 말하면 더 가까이 온다. 사탕을 내밀면 도망칠 수 있다거나, 포마드라는 말을 세 번 외치면 산다는 식의 도망법이 붙어 다니지만, 괴담 안에서 그런 말은 늘 너무 늦게 떠오른다.

무서운 건 여자의 얼굴만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을 먼저 대화 안에 가둔다. 도망치기 전에 대답해야 하고, 대답한 뒤에는 그 말이 다시 칼처럼 돌아온다. 길은 밝고 사람도 있는데, 아무도 대신 대답해 주지 않는다. 모두가 우산 밑으로 얼굴을 숨긴 채 지나간다.

그래서 비 오는 밤에는 마스크가 먼저 보인다. 그다음에는 눈이 보이고, 마지막에는 입이 보인다. 여자가 정말 예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질문을 들었다면, 그 길은 조금 전의 길이 아니다.

처음 들린 곳

일본 도시전설 구치사케온나에서 출발한 질문 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