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아무도 본 적 없는 어린이 방송
어릴 때 봤던 해적 인형극을 떠올리자, 모두가 같은 장면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 애니메이션 제목을 먼저 꺼낸 사람은 방송국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대신 방 안의 불빛은 기억했다. 오후가 아니라 저녁 같았고, TV 유리에는 거실 창문이 같이 비쳤다. 화면 안에는 종이 바다와 해적 인형이 있었다. 인형의 입은 말보다 늦게 닫혔다.
게시판에 첫 글이 올라왔을 때는 다들 장난처럼 받았다.
혹시 Candle Cove 본 사람 있어? 해적들이 나오는 어린이 방송. 주인공은 아이였고, 배는 늘 같은 자리에서 흔들렸던 것 같아.
몇 시간 뒤부터 답글이 붙었다. 누군가는 웃는 해골 얼굴을 기억했고, 누군가는 여자 해적 인형의 턱이 너무 오래 덜컥거렸다고 했다. Candle Cove로 남은 게시판 기록은 그런 식으로 한 장면씩 맞춰진다. 아무도 완전한 회차를 갖고 있지 않은데, 서로의 기억을 읽는 순간 다음 장면이 자기 머릿속에서도 켜진다.
처음에는 다들 제목을 맞혔다. 다음에는 캐릭터 이름을 맞혔다. 그다음에는 방영 시간이 맞았다. 이상한 건 그 뒤였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집은 달랐는데, TV 앞에 앉아 있던 자세는 거의 같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볼륨을 줄이지 않고, 부모가 부르는 소리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누가 한 회차를 꺼냈다. 화면 속 인형들이 한꺼번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는 회차였다. 노래도 대사도 없고, 배경 바다도 움직이지 않았다. 입만 열려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가 계속 났고, 아이들은 그걸 끝까지 봤다.
그 장면 기억나. 다 같이 소리 지르던 날. 우리 집 TV는 그때 지지직거렸어.
답글은 더 느리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그날 엄마가 들어와 TV를 끄라고 했다고 썼다. 다른 사람은 엄마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화면이 하얗게 변했다고 했다. 그 말을 본 뒤 누군가 자기 부모에게 물어봤다. 그 시간에 그런 방송이 있었냐고. 해적 인형극을 본 적 있냐고.
부모는 TV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는 화면 없는 채널 앞에 앉아 있었다. 하얀 잡음만 켜진 TV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게시판의 사람들은 같은 배를 기억한다. 같은 해적의 턱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없었다는 화면 안에서, 누가 먼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는지도 기억한다.
그 뒤로 글은 한동안 멈췄다. 마지막 답글 하나만 아직 남아 있다.
나는 그 배 안쪽에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