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중고 게임팩 안의 아이

세이브 파일에는 모르는 이름이 남아 있다. 게임은 시작됐고, 화면 밖까지 따라온다.

기록

중고 게임팩에는 이전 주인의 손때가 남아 있다.

스티커는 조금 벗겨져 있고, 플라스틱 틈에는 먼지가 끼어 있다. 그래도 게임이 켜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첫 화면에서 이미 모르는 이름이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지운 적 없는 세이브 파일, 만든 적 없는 캐릭터, 그리고 BEN이라는 이름.

파일 선택 Link BEN 빈 슬롯

처음에는 웃고 넘어갈 수 있다. 누가 쓰던 팩이니 세이브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낡은 닌텐도64 카트리지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삭제하고 다시 켜도 이름이 돌아온다. 물에 잠긴 듯한 화면이 열리고, 캐릭터가 서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서 있다. 배경음은 느려졌다가 갑자기 끊기고, 마을 사람들은 게임 속 대사가 아니라 방금 플레이어가 한 일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BEN Drowned는 Jadusable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Majora’s Mask 카트리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낯선 노인에게 받은 게임팩, 지워도 돌아오는 세이브, 그리고 화면 밖 게시글과 영상으로 이어지는 흔적이 차례로 쌓인다. 그 뒤로는 “게임 속 유령”만 남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글을 남기고, 영상을 올리고, 다시 게임을 켜는 동안 BEN은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화면은 점점 플레이어의 손을 빼앗는다. 왼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캐릭터는 뒤를 돈다. 문을 나서려 했는데 같은 장소가 다시 열린다. 물속에 빠진 아이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이 스쳐 지나가고, 정상적인 대사는 짧은 문장으로 바뀐다.

너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네가 이걸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다. BEN은 아직 여기 있다.

가장 불편한 순간은 게임이 꺼진 뒤에 온다. 방은 조용하고, TV 화면에는 검은 빛만 남아 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있던 세이브 파일 이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중고 팩 안에 남은 것은 저장 데이터가 아니라, 누군가 마지막으로 플레이하던 시간처럼 보인다. 다시 켜면 계속될 것 같고, 켜지 않으면 그쪽에서 먼저 다시 열어 볼 것 같다.

처음 들린 곳

Jadusable의 BEN Drowned와 저주받은 게임팩 괴담에서 출발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