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노란 방에서 길을 잃는 이야기

사무실도 복도도 아닌 노란 공간. 빠져나온 줄 알면 같은 벽지가 다시 돌아온다.

기록

형광등 소리는 끊기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낡은 사무실인 줄 안다. 바닥은 젖은 카펫이고, 벽에는 노란 벽지가 떠 있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불빛이 천장에서 계속 떨린다. 문제는 문이 없다는 점이다. 코너를 돌면 또 같은 벽, 또 같은 천장, 또 같은 젖은 냄새가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면 아까 지나온 복도가 그대로 있다. 앞으로 걸어도 같은 얼룩이 다시 나온다. 카펫은 발소리를 먹고, 형광등은 사람 목소리처럼 낮게 울린다. 아무도 없어서 안전해야 하는데, 빈 공간이 너무 많아 오히려 누군가 숨어 있을 자리가 끝없이 생긴다.

The Backrooms는 2019년 낯선 실내 사진과 짧은 설정에서 번진 인터넷 괴담이다. 현실의 벽을 잘못 통과하면, 사람이 있어야 할 곳과 비슷하지만 사람에게 맞춰지지 않은 공간으로 빠진다. 그래서 길을 잃는다는 말도 부족하다. 여기는 길이 없는 곳이 아니라, 길처럼 보이는 것만 너무 많은 곳이다.

요즘 이 공간이 다시 떠오른 건 영상과 사운드까지 붙었기 때문이다. Pitchfork의 Backrooms 사운드트랙 리뷰가 짚은 것처럼, 이쪽의 공포는 점프스케어보다 소리에 먼저 있다. 멀리서 켜진 환풍기, 아무도 없는 방의 울림, 너무 가까운 듯하면서도 끝내 보이지 않는 발소리. 눈보다 귀가 먼저 지친다.

벽에 손을 대면 눅눅하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남는다. 어쩌다 천장의 빈 칸 하나가 빠져 있으면, 그 안쪽은 검다. 올라가면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자를 찾으러 돌아서는 순간 그 칸도 사라진다. 아까까지 있던 노란 벽지는 전부 같은 무늬라서, 내가 움직였는지 방이 움직였는지도 구분되지 않는다.

가장 나쁜 선택은 뛰는 것이다. 뛰면 공간이 넓어진다. 숨이 차면 형광등 소리가 더 커진다. 어디선가 똑같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는 멈출 수도 없다. 뒤의 발소리가 내 것인지 다른 것인지 확인하려면 돌아봐야 하는데, 돌아보는 순간 다시 같은 복도가 앞에 놓인다.

처음 들린 곳

2019년 4chan에서 퍼진 Backrooms 괴담과 이후 영상화 흐름에서 출발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