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키즈카페 방명록에 남은 번호들

환영 인사 아래 번호가 하나씩 늘어난다. 누군가는 로비를 벗어났고, 누군가는 미끄럼틀 안쪽을 보았다.

오늘

처음 보이는 건 웃는 얼굴이다.

키즈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문장, 밝은 색으로 꾸며진 안내, 그리고 방명록을 남기라는 말. 무서운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너무 친절해서, 여기서부터 이상하다는 걸 조금 늦게 알아차린다.

처음 들린 곳은 디시인사이드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의 플레이차일드 키즈카페 방명록이었다. 2024년 10월 15일 밤에 올라온 기록은 “어린이 여러분”을 부르는 안내로 시작한다. 아래 메모장에 방명록을 남기면 된다는 말도 붙어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사람은 그냥 욕을 쓴다. 여기가 어디냐고, 직원은 왜 웃고만 있냐고, 나가게 해 달라고. 방명록을 쓰자 직원은 어린이 음료 하나를 내민다.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문이 보이지 않고, 진짜라고 믿기엔 벽지가 너무 환하다.

다음 번호부터는 말투가 바뀐다.

2 : 직원 건드리지 마. 1번은 미끄럼틀 옆에서 발견됐다. 사람처럼 생겼는데,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틀째인데 퇴근도 안 하고 눈도 안 감는다.

4 : 알아낸 것만 적는다. 하루에 음료 하나. 로비 밖으로 깊게 들어가지 말 것. 불이 꺼지고 노래가 멈추면 미끄럼틀 안으로 들어갈 것.

7 : 방명록 들고 로비 너머로 간다. 한 시간째, 별거 없음. 두 시간째, 아직 괜찮음. 세 시간째, 사람 보인다. 너무 많다. 뛰어온다. 사람이 아니다.

이쯤부터 방명록은 감상문이 아니라 생존 도구가 된다. 누군가는 앞사람의 시체를 치우고, 누군가는 그 시체가 있던 자리에 다음 규칙을 적는다. 로비는 안전한 곳처럼 굳어지고, 미끄럼틀은 숨는 곳이 된다. 그런데 안전한 장소가 생겼다는 건, 그 밖이 이미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키즈카페라는 장소도 잘 맞아떨어진다. 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곳이다. 음악이 나오고, 미끄럼틀이 있고, 음료가 있다. 그런데 밤이 되면 그 물건들이 전부 다른 뜻을 가진다. 어린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더 이상 안내 방송처럼 들리지 않고, 로비는 피난처인지 우리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더 깊이 들어간 사람들은 아이들을 본다. 멀리서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까워질수록 눈이 이상하고, 놀아 달라는 듯 달려온다. 누군가는 외롭다고 적었다가 사라지고, 누군가는 전화기를 찾았다가 직원 목소리를 듣는다. 한 번호가 길을 열면, 다음 번호는 그 길이 함정이었다고 고친다.

20 : 나갈 거면 음료를 모아. 방명록도 가져가. 네가 죽더라도 다음 사람이 읽을 수 있다.

40 : 전화기로 위치를 말하면 데리러 온다. 여기서 나갈 수 있다.

48 : 전화하지 마. 직원들은 한글을 읽는다. 너희가 적은 걸 전부 보고 있다.

마지막 번호를 읽고 나면 방명록은 닫히지 않는다. 다음 칸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화면 아래쪽에 커서가 깜박이는 동안, 누군가는 아직 로비에 앉아 있다. 웃고 있는 직원이 종이를 내밀고, 이번에는 당신 차례라는 듯 번호를 비워 둔다.

처음 들린 곳

디시인사이드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의 방명록괴담에서 출발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