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 개의 방에 남겨진 안내

정답인 문은 하나뿐이다. 그런데 번호가 늘어날수록 방도 늘어나고, 먼저 나간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처음에는 방이 네 개라고 했다.

안내는 친절했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문은 하나뿐이고, 틀린 문을 열었을 때 생기는 일은 본인 책임이라는 말. 이상하게도 그 문장은 협박보다 안내문처럼 보인다. 누군가 프린터로 뽑아 벽에 붙여 둔 것처럼 차분해서, 읽는 쪽이 먼저 불안해진다.

이 이야기는 디시인사이드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의 네 개의 방 방명록에서 퍼졌다. 2024년 11월 17일 밤에 올라온 글은 채팅창처럼 이어진다. 누군가는 욕을 하고, 누군가는 앞사람을 찾고, 공지는 방의 개수를 다시 적는다.

처음 온 사람들은 아직 상황을 모른다. 스마트폰 하나가 켜져 있고, 밝은 채팅창에는 이미 몇 명이 들어와 있다.

-(1) 여기 뭐야. 왜 이렇게 넓어.

-(공지) 지금 당신은 어느 방에 갇혀 있다. 나갈 수 있는 문은 하나뿐이다.

-(2) 정답인 문이 어딘지는 알려주고 가야지.

-(공지) 첫 번째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안쪽으로 쭉 들어가라. 두 번째 문이 있다.

문제는 방이 네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는 유리문과 철문이 줄지어 있고, 유리문 너머로는 벌레, 거미, 내장, 동물 사체 같은 것들이 조금씩 보인다. 공지는 친절하지만 너무 늦다. 사람들이 하나씩 문을 열고 돌아온 뒤에야 다음 안내가 붙는다.

-(1) 1번 방 봤다. 비밀번호 없음. 바퀴벌레뿐.

-(3) 13번 방도 없음. 안에는 장기가 걸려 있는데 고개 숙이고 들어가면 금방 나온다.

-(4) 9번 방 바닥은 미끄럽다. 달팽이, 미꾸라지, 터진 개구리 같은 게 깔려 있다.

-(1) 11번 방에서 비밀번호 봤다. 그런데 너희랑 숫자가 다르다.

방명록이 무서워지는 건 여기서부터다. 안내문은 한 번 붙고 끝나는 게 아니다. 방의 수가 바뀐다. 네 개였던 방이 다섯 개가 되고, 이미 지나간 사람의 말이 다음 사람에게는 틀린 정보가 된다. 한 사람이 남긴 지도가 다음 사람에게는 함정이 된다.

그래서 이 글의 방은 공간이라기보다 숫자에 가깝다. 몇 번째인지 묻는 존재가 있고, 아직도 그 방이냐고 짜증 내는 목소리가 있고, 성공하라는 말이 욕처럼 들린다. 탈출 방법은 있는 듯하지만, 먼저 나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남아 있는 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말투뿐이다.

공지의 말투는 점점 더 차분해진다. 짝수 철문 안의 생물은 인간이 아니라고, 문을 닫을 때는 잠금음이 날 때까지 잡고 있으라고, 어떤 방에서는 노인에게 예의 있게 인사해야 하고 어떤 방에서는 강아지 소리를 믿지 말라고 한다. 너무 자세한 안내는 도움보다 고백에 가깝다. 이미 누군가 그렇게 죽었다는 뜻이니까.

가장 오래 붙는 장면은 문 앞이다. 문은 열 수 있다. 선택도 할 수 있다. 다만 틀린 문을 연 뒤에는 누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 안내문은 끝까지 예의를 지킨다. 행운을 빈다고 적어 놓고, 다음 줄에서 방을 하나 더 늘린다.

마지막 번호 뒤에는 또 다른 공지가 붙어 있을 것 같다. 네 개의 방이 아니라 다섯 개의 방, 다섯 개의 방이 아니라 여섯 개의 방. 누군가 벽을 두드리고, 다른 쪽에서 대답이 온다. 아직 네 번째 방에 있냐고.

처음 들린 곳

디시인사이드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의 방명록괴담에서 퍼진 네 개의 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