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비 오는 도서관의 예언서
비 오는 토요일, 도서관 구석에서 꺼낸 낡은 책에는 아는 사람들의 이름과 죽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아침, 다니엘은 창문에 빗물이 흐르는 도서관 맨 뒤 선반에서 갈색 책 한 권을 주웠다.
책은 바닥에 떨어질 때 둔한 소리를 냈다. 도서관 바코드도, 대출 카드도 없었다. 그런데 첫 장부터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이름, 나이, 죽는 날짜. 종이는 젖은 적도 없는데 손끝에 닿을 때마다 눅눅했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나왔다.
그날 집 안에서는 또 말다툼이 시작됐다. 책상 위 노트북에는 끝내지 못한 역사 과제가 떠 있었고, 빗소리는 창문을 두드렸다. 다니엘은 가방에 노트북과 공책을 쑤셔 넣고 집을 나왔다. 도서관이라면 적어도 누군가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Creepypasta.com에 올라온 Prophetic Pages는 그렇게 평범한 비 오는 날에서 시작한다. 다니엘은 도서관 뒤쪽, 오래된 역사 백과사전들이 꽂힌 구석으로 들어간다. 천장등은 깜박이고, 선반에는 먼지가 쌓여 있다. 필요한 책을 찾으려고 몇 권을 밀어 보던 순간, 무거운 책 한 권이 발등 위로 떨어진다.
책에는 도서관 바코드가 없다. 대출 스티커도 없고, 누가 기증했다는 표시도 없다. 갈색 표지는 닳아 있고, 등은 금이 가 있다. 그래도 제목만은 또렷하다. 예언의 페이지들. 다니엘은 그때까지만 해도 오래된 장난감 같은 물건을 주웠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건 책을 펼친 뒤부터다.
첫 장에는 모르는 사람의 생애가 적혀 있다. 다음 장에도, 그다음 장에도 한 사람의 이름과 나이와 죽는 방식이 이어진다. 오래된 사망자 명부처럼 보이지만 날짜가 맞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날짜가 있다. 더 넘기자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어린 시절 친구 티머시. 스물셋. 교통사고. 날짜는 다음 날이다.
그 순간부터 책은 이야기가 아니라 시계가 된다. 다니엘은 집으로 뛰어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밤에는 나가지 말라고, 차를 몰지 말라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말한다. 친구는 웃는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고, 새 공포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다니엘은 책 이야기를 꺼내려다 멈춘다. 누가 믿어 줄 수 있을까. 비 오는 도서관 구석에서 주운 책이 네 죽음을 알고 있다고.
다음 날, 답장은 오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결국 티머시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구급대가 왔지만 늦었다고 한다. 책에 적힌 방식 그대로였다. 다니엘은 그제야 책을 다시 펼친다. 이름 하나가 맞았으니, 다음 이름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여자친구 제시카의 이름이다. 나이도 맞고, 날짜도 바로 다음 날이다. 사인은 뇌동맥류. 다니엘은 그녀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이번에도 늦는다.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안쪽에는 구조대가 서 있다. 조금 전까지 전화로 웃던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다. 누군가 설명한다. 갑자기 쓰러졌고, 손쓸 수 없었다고.
책의 무서움은 사람을 죽인다는 데 있지 않다. 죽음을 보여 주고,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시간을 준다는 데 있다. 다니엘은 경고한다. 부탁한다. 뛰어간다. 그러나 책은 늘 하루나 몇 시간만 먼저 알려 준다. 늦었다고 말하기엔 충분히 이르고, 막았다고 말하기엔 언제나 조금 늦다.
며칠 뒤에는 형 마커스의 이름이 나온다. 밤 조깅을 나가려는 형에게 다니엘은 가지 말라고 붙잡는다. 형은 농담처럼 넘긴다. 어머니처럼 걱정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다니엘은 공원으로 달린다. 어두운 길 끝, 가로등 아래에 형이 쓰러져 있다. 책에 적힌 대로 심장이 멈춘 뒤다.
다니엘은 책을 들고 다시 도서관으로 간다. 사서에게 이게 뭐냐고 묻는다. 사서는 놀라지 않는다. 책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그 책은 네 삶과 이어진 사람들의 죽음을 적는다고 말한다. 원인이라기보다 기록에 가깝다고도 한다. 다니엘이 바꿀 방법을 묻자, 사서는 아주 차갑게 답한다. 연결을 끊으라고. 대신 대가가 따른다고.
그 뒤로 다니엘은 사람을 피한다.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를 지우고, 아는 얼굴을 보면 길을 바꾼다. 아무도 죽지 않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건 평온이라기보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방 안에 스스로 갇히는 일에 가깝다. 그래도 그는 견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살려 두는 일이 더 급하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방으로 돌아온 다니엘은 침대 위에 그 갈색 책이 놓여 있는 걸 본다. 도서관에 두고 온 책이다. 마지막 장은 이미 펼쳐져 있다. 이름 칸은 비어 있고, 날짜 칸에는 오늘이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 사인란에는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