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11시 20분에 멈춘 괘종시계
밤마다 같은 시간에 멈추는 괘종시계. 고장이라고 넘기기엔, 집 안의 침묵이 먼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데, 11시 19분이 되면 괘종시계 유리문이 먼저 떨렸다. 전화기 옆 작은 불은 꺼져 있었고, 집 안에서 그 소리를 기다리는 물건은 하나뿐이었다.
괘종시계는 오래된 장식장 옆에 있었다. 나무 몸통은 어둡게 닳아 있었고, 추는 유리 안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낮에는 별다를 것 없는 물건이었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누가 태엽을 잘못 감았거나, 습기 때문에 바늘이 밀린 거라고 여겼다. 오래된 시계는 원래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런데 밤마다 초침 소리가 멎기 직전, 빈방 문 안쪽에서도 같은 딸깍 소리가 났다.
그런데 밤에는 달랐다.
집 안 불을 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간 뒤, 거실 쪽에서 딱 한 번 걸리는 소리가 났다. 금속이 이빨 하나를 헛문 것 같은 소리였다. 그 소리가 나면 시계 바늘은 반드시 11시 20분에 멈춰 있었다. 11시 18분에 확인해도 움직이고 있었고, 11시 21분에 보면 멈춰 있었다. 오차가 없었다.
이 사연은 KBS Joy 괴담노트의 공포의 괘종시계 공개 클립에서 오래된 집 안의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로 전해졌다. 방송에서는 재연과 함께 들리지만, 사연의 중심은 크고 무서운 사건이 아니라 매일 같은 시간에 집 안 전체가 숨을 참는 순간이다.
가족들은 시계를 치우자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런데 막상 낮이 되면 그 말이 우스워졌다. 멀쩡한 시계 하나를 무섭다고 버리는 게 이상해 보였고, 11시 20분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조금씩 양보했다. 거실 문은 열어 두지 않기. 밤에는 유리문을 보지 않기. 시계가 멈춰도 누가 먼저 말하지 않기.
그 약속들이 생긴 뒤부터 집은 더 조용해졌다. 11시가 가까워지면 TV 소리가 작아지고, 설거지하던 손도 빨라졌다. 누군가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도 시계 쪽을 보지 않고 돌아갔다. 침묵은 점점 시계 밖으로 번졌다. 나무 바닥은 그 시간 앞뒤로만 길게 삐걱였고, 빈방 문은 늘 손가락 두 개 들어갈 만큼 열려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시계를 멈춰 보기로 했다. 저녁에 추를 빼고, 바늘도 다른 시간으로 돌려 두었다. 9시 40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시계 앞에서 가족들은 괜히 안심했다. 그날은 모두 늦게까지 거실에 남아 있었다. 일부러 웃고, 일부러 TV 소리를 키웠다.
11시 19분이 되자 유리문이 먼저 떨렸다.
시계 안에는 추가 없었다. 그런데 유리 안쪽에서 무언가 천천히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바늘은 아직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11시 20분, 거실 벽 너머 빈방에서 태엽 감는 소리가 났다. 한 바퀴, 두 바퀴. 누군가 이제 다른 물건으로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