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화장실 칸 안의 빨간 종이

빨간 종이를 고를지, 파란 종이를 고를지 묻는 목소리. 어느 쪽도 손에 쥐면 안 된다.

기록

문이 잠긴 칸 안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깥이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학교 화장실 끝 칸. 발소리는 멀어지고, 물 내려가는 소리도 끊긴다. 그때 누군가 묻는다. 빨간 종이를 줄까, 파란 종이를 줄까. 손잡이는 돌아가지 않고, 목소리는 너무 가까운 곳에서 들린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Aka Manto는 일본 학교 화장실에서 오래 떠돈 이야기다. 이름은 붉은 망토라는 뜻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칸 안의 아이가 먼저 보는 것은 망토가 아니다. 아이가 듣는 것은 두 가지 색뿐이다. 빨간색을 고르면 피가 난다는 말, 파란색을 고르면 숨이 막힌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어떤 쪽도 휴지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 들은 사람은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옆 칸에 누가 숨어 있거나, 친구가 목소리를 낮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답하려는 순간 문틈 아래가 어두워진다. 발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공기만 가까워진다. 손잡이를 흔들면 바깥에서 같은 질문이 다시 온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벽에는 낙서가 남아 있다. “대답하지 마.” 그 아래에는 누가 손톱으로 긁은 듯한 줄이 여러 번 그어져 있다. 휴지는 비어 있고, 가방은 세면대 옆에 있다. 소리를 지르려 해도 목이 먼저 마른다. 문밖의 누군가는 칸 번호를 헷갈리지 않는다.

빨간 종이라고 말하면, 칸 안은 갑자기 더워진다. 목덜미에서부터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난다. 파란 종이라고 말하면,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목 안쪽이 막힌다. 아무 색도 고르지 않겠다고 말하면, 이번에는 목소리가 웃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 방법은 늘 너무 늦게 떠오른다.

그래서 가장 긴 시간은 질문과 대답 사이에 놓인다. 손잡이는 손안에서 미끄럽고, 문 아래로는 아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바깥의 목소리는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한 번 더, 같은 높이에서 같은 말을 한다. 빨간 종이냐고. 파란 종이냐고.

처음 들린 곳

일본 도시전설 아카만토에서 출발한 학교 화장실 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