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장실 칸 안의 빨간 종이
빨간 종이를 고를지, 파란 종이를 고를지 묻는 목소리. 어느 쪽도 손에 쥐면 안 된다.
문이 잠긴 칸 안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깥이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학교 화장실 끝 칸. 발소리는 멀어지고, 물 내려가는 소리도 끊긴다. 그때 누군가 묻는다. 빨간 종이를 줄까, 파란 종이를 줄까. 손잡이는 돌아가지 않고, 목소리는 너무 가까운 곳에서 들린다.
Aka Manto는 일본의 학교 화장실 도시전설이다. 빨간 것과 파란 것 중 하나를 고르게 하지만, 선택지는 함정이다. 빨간색을 고르면 피로, 파란색을 고르면 질식으로 이어진다는 식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거절이다.
화장실 괴담은 대개 도망갈 길을 좁힌다. 복도라면 뛰면 되고, 교실이라면 문을 열면 된다. 하지만 칸 안에서는 몸을 돌릴 공간도 작다. 선택지는 문밖에서 들리지만, 선택해야 하는 사람은 안에 갇혀 있다.
아카만토가 남기는 장면은 색깔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은 원래 흔한 선택지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괴담 안에서는 고르는 순간 몸의 색이 된다. 그래서 질문을 들은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말아야 한다. 손을 내미는 순간, 색은 이미 정해진다.